'오다꾸'라는 말은 이제 누구나 흔히 쓰는 보통 명사처럼 되었다. 일본의 극단적인 매니아

 문화를 나타내는 이 말을 가장 널리 퍼뜨린 것은 아마 '아니메 오다꾸'일 것이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쏟는 각별한 사랑은 이들을 그 주인공과 똑같은 차림으로 돌아다니도록

 만들기도 하고, 인터넷에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와 관련한 페이지를 수십개씩 내보이게도

 한다. 일본에서 인기있는 만화책은 곧바로 TV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로 만들어진다.

 심지어는 라디오로 듣는 애니메이션 성우는 '라지메'이라고 인기를 얻을 정도이다.

 일본의 만화 유학생인 한 미국인은 ' 아마도 일본인 전체가 오다꾸 집단일 것'이라고 말

 할 정도이다.

  앞에서 얘기 했던 내용으로 돌아가면, 월트 디즈니의 일본 만화 세계 시장 배급이라는

 정책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강력한 경쟁자로 보기 보다는 동반자의 자리에 앉혀 놓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외국의 사정은 이럴 진데, 한국의 사정은 어떠할까?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국 시장 침투는 일본 현대 만화의 성립기부터 철저하게 이루어져, 한국인의 만화에

 대한 생각은 뼛속 깊이 일본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한국 만화가 ' 어린아이들의 정서를

 해치는 사회악'이라는 오명 속에 어두운 뒷골목 만화방을 전전하고 있을 때, 일본 만화는

 한나라의 가장 강력한 문화로 자랐고, 가장 가까운 나라인 한국에 그 영향력을 여지없이

 미쳐왔다. '우주소년 아톰' , '은하철도 999-이 만화는 일본에서 난해한 철학을 포함하고

 있어서 성인용으로 만들어 졌다' , '캔디' , '미래소년 코난'을 보고 만화의 세계에 눈뜬

 아이들은 일본 만화의 모방을 일삼는 어설픈 한국 만화를 보면서 자랐고, 80년 대 들어

 대거 들어온 불법 복제 만화에 깊이 빠져 들어 왔다. 이러한 만화를 보고 자라온 아이들은

 자아가 성숙될 나이쯤 되서야 우리나라 만화가 아닌 일본 만화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이 만화를 보는 눈이 높아져 더 이상 만화 공장에서 찍어내는 질 낮고 천편일률적인

 대본소 만화에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 한국도 만화를 빌려서 보는 시대를  마감하고,

 만화를 사서 보는 시대, 사서 보는 만큼 더 놓은 수준의 만화를 그리는 시대로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할 만하다. 그러나 만화 애독자들의 눈은 일본 만화를 통해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어 어설픈 한국 만화를 선뜻 사지는 않는다. 결국 일본 만화를 빌려보거나 정식

 경로를 통해 들어오지 못한 불법 복제 일본 만화를 빌려본다. 이런 현상은 어린 세대로

 갈수록 심각해 진다. ' 부모님은 일본 만화라며 보지 말라고 하시는데, 우리나라 만화라고

 내용이 다른 건 아니예요. 못 그린 일본만화가 우리나라 만화 아니예요?' 라며 우리네 어린

 학생들은 반문한다.